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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화'의 길 택한 이준석, 청년 정치의 한계 드러내나

Updated: Dec 25, 2023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청년 정치'의 대표 주자 격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가 '흑화' 했다. '흑화'란 2030세대 사이에서 사춘기 시절의 막무가내 식 반항 또는 밑도 끝도 없는 타락을 의미한다. 누군가 "흑화 하겠다"라고 한다면 '나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중2병에 걸린 사람처럼 부끄러운 짓도 서슴지 않겠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준석 전 당대표는 지난 8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 당 비대위체제 전환에 따른 당대표직 상실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 전 당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적어도 이번에 노출된 당의 민낯에 그분들의 부끄러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전 당대표가 말한 '이번에 노출된 당의 민낯'은 언론에 포착된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며 이준석 전 당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의도치 않게(?) 전 국민에 드러냈다. 평소 공적인 자리에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특이한 방식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준석 전 당 대표는 스스로 언론에 "여론 선동에 능하다"라고 자평을 해왔다. 그런 이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 구도를 통해, 피해자 프레임을 구축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당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누차 그들이 저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표현을 전해 들었다"고도 했다. 또 이번 기자회견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 이란 표현을 다시 꺼내들며 윤 대통령이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는 식으로 에둘러 비판했다.




강용석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전 당대표는 현재 성접대 의혹으로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이 전 당대표의 최측근이 성접대 의혹 고발인에 7억 투자각서를 써주는 등 비교적 성비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이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가로세로연구소 전 운영진인 강용석 변호사가 이준석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해 국민의힘 당이 정식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기자회견에서 성상납 의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자신의 당원권 정지가 자신의 성비위 의혹의 발단이 됐고 기자회견을 앞두고 성비위에 대한 소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음에도 어떤 해명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성상납 사건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윤핵관들과 대립구도를 만들어 성상납 사건을 정치적 탄압 사건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준석 전 당대표의 '흑화'에 대한 동료 정치인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매섭다. 나경원 전 의원은 "본인의 성 비위 사건에 관해 최측근이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줬다면 그 진실에 대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닌가"라며 "형사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다. 그것이 염치"라고 비판했다.


비교적 이준석 전 당대표에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말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에게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 보셨으면"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윤핵관'으로 지명된 이철규 의원은 이 전 당대표에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연합뉴스에 "오늘도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오로지 남 탓과 거짓말만 했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무슨 평가를 하지. 전제가 올발라야지,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않나. 그 주변 사람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속이고 조작한다"며 이 전 당대표를 비판했다.



채널A '돌직구쇼' 영상 캡처

채널A '돌직구쇼' 영상 캡처

이준석 전 당대표가 동료 정치인들로부터 동정 여론을 이끌어내지 못 하고 있는 이유는 성비위 의혹 때문만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 2019년 3월 25일 바른미래연구원 주관 청년정치학교 입학식 관련 행사에서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병신", "안철수 때문에 사람이 둘 죽었어", "안철수가 대선후보 될 때까지 주변에서 얼마나 도와주고 했겠어, 인간 수준이 안되는 거거든"등을 발언해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직위해제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당대표를 사퇴시키기 위해 가장 앞장섰던 이 전 당대표가 막상 당 대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내는 모습에서 자신이 비판했던 노회한 정치인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인 20대에 정치에 입문해 10년의 정치 행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적을 만든 '이준석의 업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친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일부 2030 세대가 이준석 전 당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전 당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2030 여론도 만만찮다. 특히 보수층 2030 세대에서는 이준석 전 당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이준석 전 당대표의 징계 직후 7월 17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준석 지지 집회가 열렸지만 참가자는 10여명에 그쳤다. 이준석 전 당대표가 주장하는 자신의 인기와 실제 지지세가 다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기도 했다.


그동안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기회가 주어진 것이 사실이다. 많은 2030 정치인들이 비례대표 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30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선거판에서 중용돼 왔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해서 '흑화'할 명분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정치를 하는 이른바 '여의도 청년'들에게 다수의 2030세대의 순수함을 정치판에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친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년 정치'라는 것이 한국인에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6세의 나이로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해운사와 신문사를 운영하던 청년 사업가로 30대 초에 정치계에 입문했다. 대학생 때 정치계에 입문해 이제는 고인물이 돼버린 민주당 중진들은 수두룩하다.


국민의 청년 정치에 대한 갈망은 생물학적인 나이 보다는 정신적 생동감에 기인한다. 기성 정치와 다른 신선한 정치를 의미하는 부분이 크다. 국민이 원하는 청년 정치는 혁신적 도전 정신과 무게감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그런 젊은 정치다. 이준석 전 당 대표에게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기존 정치인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정치꾼'의 모습은 그에게 남았던 '청년 정치인' 타이틀의 유효 기간이 끝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력


전 주간조선/월간조선 기자


(주)행복한백수들 대표


(주)백서스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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